네번째 이야기, 그녀,
나도 무사히 진급해 고교 2학년이 된 어느 날의 일.
내 일상에 하나 더 변화가 있었다.
같은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 이름은 [다이 코크 나오토]으로, 그 또한 취주악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다.
트럼본 연주자로서 실력이 좋았고 중학교 때에는 2월에 열리는 솔로 콘테스트에서
간사이 대회까지 진출한 강자다.
으레 그도 관악부에 들어오게 된다.
다이코 군은 차분하고 과묵한 타입.
그렇다고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확실하게, 말해야 할 일은 제대로 말하는
믿음직한 남자라고 생각 했다.
조금 지난 6월, 대사건이 일어난다.
드디어 나는 트럼펫에서 튜바로 임시 변경 되고 말았다.
이것으로 야마모토 군과의 공통점이 하나 사라졌다.
겨우 그런 일로..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소녀한테는 대 사태.
대 사태도 대 사태, 큰일이야.
관악기는 관악기인데, 입의 모양에서 부터 무엇보다 주법이 다르다.
계속 트럼펫을 해서 나는 좀처럼 튜바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야마모토 군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 뿐만 아니라, 편하게...랄까,
음악에 종사하고 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음이 약해지기도 전에 훈련에 바쁘다.
거기서 다시 한개 파트 변경을 가볍게 능가하는 대, 대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비하면 파트 변경이라니... 우유의 유통 기한이 어제였잖아 정도 일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 돌 부리에 걸렸다는 정도.
그만큼 충격을 내게 준 사건...
야마모토 군에 그녀가 생겨 버렸다...
남몰래 울었다.
쭈글어 들었다.
떨어졌다.. 맵다... 괴롭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
만나고 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그에게 반한 걸까?
보상 받지 못하고 꼭 결실은 없는 사랑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런 추한 내 감정의 모든 것을 그에게 부딪쳐 너 나 없이 터뜨려 차라리 미움을 사 버릴까?
취주악의 동아리 활동도... 학교도, 이제 모두 싫어.
전부 없던 일로 하고 싶어.
당신을 좋아하게 될수록 좋아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나는 남자인 자신을 싫다 느끼고
남자임을 혐오해 왔어.
당신 옆에 나란히 [그녀]가 되고 싶어서도 되지 못해 정말 정말 매운 사랑을 하고 있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못 했다.
그의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어.
말하면 꼭 울어 버릴 것이고.
하지만 울고 싶어져 자신을 죽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좋아하니까, 싫어하는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으니까.
[그녀]의 일을 상담하고 마음이 갈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 기분을 말로 하고 그에게 전해 버리면.
[그녀]를 옆에 두고 행복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흐리게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그 미소를 볼 수 없게 되버리니까.
그의 미소가 나에게 향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의 그 미소를 보고 싶어.
그와 얘기하고 싶다.
그를 시선으로 라도 쫓고 싶어.
그가 있는 경치를 바라 보고 있고 싶어.
그 경치의 일부이고 싶다.
그의... 옆에 있는 내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그녀]가 있다.
내 사랑은 꼭 보답하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아아, 그렇습니까.
그럼 좋아하는 것 그만두겠습니다.
어쨌든 쉽게 마음에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를 좋아할 뿐인데도, 자신이 상처를 받아도 어쩔 수가 없다.
키스도 못한다.
손도 잡지 못한다.
그의 모습을 발견해도 함부로 달려들 수 있을리 없다.
혼자 방에서 울어 버려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
그를 좋아하고 있고 싶다.
자신의 기분에 거짓말은 못 한다.
속일 수 있을 리 없다.
도망 가면 안된다.
그럼 좋아하는 마음만 관철한다.
그런 감정의 모든 것을 부딪친 것이 [음악]이었다.
작사 작곡을 스스로 전부 했다.
그렇게 해서 생긴 노래가
[그녀]
그에 이끌려 가는 자신과 기분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내가 품은 야마모토 군에 대한 연정 따위의 모든 것이 이 곡이 담겼다.
그래서 지금도 이 곡은 나에게 [특별]한 곡 이랍니다.
이 곡을 부르기 위해서도, 싫어했던 자신의 낮은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서도
여자 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발성 연습을 시작한 것이 요즘의 이야기.
'소설 > 그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 - 여섯번째 이야기 ~ 여자로서 ~ (0) | 2020.02.07 |
---|---|
그녀 - 다섯번째 이야기 ~ 커밍 아웃 ~ (0) | 2020.02.07 |
그녀 - 세번째 이야기 ~ 집단 합숙과 남자들의 에로 토크 ~ (0) | 2020.02.05 |
그녀 - 두번째 이야기 ~ 취주악 부에! 사랑의 시작? ~ (0) | 2020.02.05 |
그녀 - 첫번째 이야기 ~ 만남 (0) | 202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