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세계에서
작가 : yuki
번역 : 비크비크 :)
끝의 방위
좁은 계곡 안에 들어가자 그토록 서두르던 군도 진행 속도를 약화시킨다.
계곡은 방어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공권은 지형에 따라 억제 당할 수 밖에 없는 계곡은 드물게 그 조건을 채우는 희귀한
자연의 보루이기도 하다.
군도 우선적으로 매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반나절 정도 걷고 있는데도 낙석은 고사하고 사람의 발자국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피릴이 속셈을 눈치채고 군사를 그쪽으로 보낸걸까? 라고 단장은 생각한다.
……그것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군이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상국으로 위장해 황국의 땅을 유린하며 서로 으르렁거린다.
그리고 가능하한 틈과 기회를 노리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니까.
그러나 구불구불한 계곡을 빠져나와 보루와 만나는 마지막 모퉁이에 들어섰을때 그는 말을 잃었다.
천천히 3초 정도 확산되는 광경에 눈을 향하며 놀란 것처럼 전군을 정지시켜
돌격용 대열로 편입시킨다.
기사를 전방에 두줄, 그 뒤에 마밥사를 일렬로 배치.
그렇게 번갈아 가는 것처럼 군사를 배치하는 페어라 불리는 대열로
전방의 기사가 마법사의 방패가 되고 뒤쪽의 마밥사는 전방의 기사를 보조하는 데 전념한다.
틈이 있으면 마법사도 마법을 사용해 적의 마술사의 배제에 힘을 쓰며 확실히 수를 줄이기 위한,
어느 쪽인가 하면 돌격의 대열 속에서는 아군의 손실을 막는 수비를 의식한 형태이다.
단장도 선발대의 개개의 능력이 뛰어난 일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무적은 아니다.
다수의 마법사가 보조하며 싸우게 된다면 호각에 이룰 수는 있다.
피릴의 보루는 취약에 가깝다.
지형을 끼고 있는 탓에 정치적인 문제로 이렇다 할 강화도 못한 보루는 검문고라며 비난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성채에 이르기 전에 공세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되며 그 최종 관문인 보루의 앞 직선은
병법을 전개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성채를 보면 기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엉뚱한 모습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군의 전방, 보루보다 다소 떨어진 이 모퉁이에 근처에 한눈에도 비싸 보이는 나무의자와
나무 테이블이 무뚝뚝한 바위 위에서 한송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나무 테이블에는 녹색의 크로스를 받고, 그 위에는 시원한 청색으로 칠해진 백자 다기가 놓여 있다.
거기에 앉아 있던 정밀한 인형을 연상시키는 나이도 차지 않은 소녀가 8분의1까지 담긴 홍차의 컵을
손에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 모습은 우아해서 환상 같은 덧없음도 자아낸다.
단장이 지금까지 넘어온 수라장은 많았다.
황야에서 평원으로 산에 숲에서 그야말로 모든 장소에서 부하의 기사가 지시하는 유효한 작전을
계속해 왔지만 그런 그도 이런 기묘한 전장을 본 적이 없다.
소녀가 입은 드레스가 바람에 경쾌하게 너풀거린다.
소녀가 일어섰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충분히 2호흡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키는 너무 작았다.
앉아 있을 때보다 더욱, 소녀는 작고 애잔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도 그렇게 오래 있을 수 없다.
몇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당당하게 거리를 체우고 허리에 꽂혔던 칼을 쑥 뺀 뒤,
무방비인 목에 들이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마치 떠는 기색 없이 쓰고 있던 레이스모자를 벗고 일어섰다.
나무 의자 위에 살짝 레이스모자를 올려놓고 거만하게 고개를 든다.
장식이 붙은 레이스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머리 색깔이 단장의 앞으로 드러나자
그의 표정이 놀람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머리 색깔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따뜻한 홍차에 밀크 티를 넣은 듯한 특징적인,
배럴 노티스의 그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도 이 땅의 정보는 익히 알고 있었다.
눈앞의 소녀가 피릴이 변경백, 세실리아, 노티스임은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 바보같아. 어째서 귀족들은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 혼자 차 등을 마시고 있는 거냐고 ―
너무도 기괴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행동에 어디에서도 합리성이 없어 단장은 혼란해 했다.
이것은 무슨 함정인가.
"아가씨, 네녀석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것이냐?"
그 의문이 그에게 칼을 움직이보다 먼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예상대로"-세실리아는 마음 속에서 혼자 싱글벙글 했다.
무릇 군인이란, 특히 지휘관이라는 것은 의외성이 약하다.
그들 중의 상식을 뭔가 크게 침해했을 때 판단력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것이다.
무리가 아니다.
그들의 어깨에는에 뒤따르는 수천명이라는 병사의 목숨이 매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세실리아는 이 전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광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냈다.
단지 대화만으로 속이기 위해서.
"이 성채를 공격하는 것을 포기해 주세요"
단장은 세실리아의 말에 무심코 실소를 터뜨렸다.
계집애가 무슨 농담을.
성채에서 이곳까지는 거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
게다가 보루까지의 직선에는 몸을 감출만한 바위나 나무는 어디에도 없어
마법사나 기사가 숨어있을 수는 없다.
지금 세실리아에게는 마법의 호위도 기사의 호위도 없었다.
누군가가 희미하게도 그에게 살의의 칼을 들이대면 쉽게 도륙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그 살의가 움직이기 전에 든 컵을 조금 떨어진 원통형의 물질을 향해 던졌다.
동시에 발동한 마법에 의해 궤도를 미세 조정해 조금도 어긋남 없이 접촉한 순간.
땅에서 불꽃의 기둥이 피어 오르며 감쌌던 철을 물어뜯듯 사산되 몇몇은 계곡의 벽을 뚫었고,
나머지 세실리아와 병사들을 향해 돌진.
그것을 직전에서 발동한 세실리아의 방벽 마법이 어떻게든 막았다.
때아닌 폭발과 충격으로 기사 몇명이 놀라 땅바닥에 구른다.
돌연 야기되었다.
열풍은 세실리아의 머리를 휘날리고 나무 의자에 놓아둔 모자를 하늘에 띄웠다.
"저것과 같은 것이 여기에 얼마나 뭍혀있는지는 저는 알고 있거든요"
세실리아의 말에 단장과 그 주위의 기사가 주위를 둘러보고, 이번엔 경악의 표정을 짓게 했다.
세는 것이 싫어질 정도로 압도적인 수가 땅 안에 살포되어 있었다.
물론 그 대부분은 화약은 넣지 않은 그냥 더미로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알 도리가 있을 리 없다.
"이뿐이 아닙니다. 이 땅 바닥에도 같은 것이 대량으로 묻혀 있습니다"
담담하게 무표정으로 세실리아가 말했다.
하기야, 이런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파고 지뢰를 매설할 순 없다.
세실리아의 말은 완전한 거짓말, 엄포에 불과했으나 단장은 천연스럽게 대답하지 못했다.
세실리아에게 초조함을 감추지도 못하고 강하게 이빨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도 군대를 이끄는 단장이다. 동시에 냉정하게 머리를 회전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아.
어째서 이 소녀는 그런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줬는가.
이런 마법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 쓰지 않고 돌격했다간 막대한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키기 위해 준비한 포석을 쉽게 가르쳐 주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그 사고는 세실리아에 말 따라 끊겼다.
"저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아요. 훼손하는 것도 상처 입는 것도 모두 좋아하지 않습니다"
검을 향해 전혀 움직임 없이 내뱉은 말은 너무 동떨어져, 차라리 웃기기까지 한 아이같은 사고였다.
그렇게 고한 세실리아의 눈동자는 깊은 시름과 흔들리지 않는 결의를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했기에,
단장은 그 말을 웃어넘기지 못 했다.
가시 없는 이상론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그것이"이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다시 말해, 포기하란 것인가?"
"포기해 달라는 생각입니다만 무리인 것 같네요. 당신들도 이유가 있는 것일테니까요 "
눈앞의 소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단장은 의아해 했다.
아이 다운 이상론을 제기하는 듯하면서도 이렇게 현실도 직시하고 있다.
아니, 그건 지금 필요한 정보가 아닐 것이라며 끝없이 떠오르는 상상을 저지했다.
지금 할 일은 이 성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세실리아가 갖고 있던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되고 있었다.
"단장,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어떤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의 수는 2000입니다.
그 정도의 마법, 우리한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때 그의 주위에 있던 한 젊은 기사가 의미도 없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단장과 세실리아를 보며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외치면서 허리에 차고 있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왕국 군에게는 동작으로 후위의 마술사에게 지시를 보내기 위한 틀이 존재하고 있다.
검을 하늘 높이 내세우는 일은 돌격해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은 세실리아가 설치한 지뢰밭.
"앗! 안돼! 멈춰!"
달리기 시작한 그를 향해 발사된 세실리아의 날카로운 절규는 몹시 초조함이 섞여 있어,
마치 적군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에 유혹 되는 것처럼 단장 또한 멈추라는 날카로운 질책을 날리지만 젊은 혈기가 왕성한
그는 멈추지 않는다.
발등에 뒹굴고 있던 지뢰 하나를 별로 걱정도 하지 않고 오른발로 마음껏 밟은 순간,
다시 폭음이 계곡을 흔들었다.
방어 마법에 의해 겹겹으로 지켜지고 있었던 그는 눈을 부릅뜨고 시간을 되감은 것 처럼 하늘을 날았다.
수십미터도 더 뒤로 날아간 그는 몇번 튀어오르듯 굴러간다.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오른발은 무참히도 찢겨져 5m거리를 두고 나뒹굴었다.
발이 지면을 지탱하지 못해 비틀거리는 그의 눈동자에 당황과 절망이 떠오른다.
즉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상을 심 하게 입을 뿐.
거기에 자비는 없다.
있는 것은 전장에서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싸울 수 있는 인원을 줄인다는 악마 같은 합림과 계산 뿐이다.
찢어진 다리에서는 일정한 타이밍으로 대량의 혈액이 물보라를 튀기고 있었다.
"빨리 치료를! 환부의 압박과 지혈을 해!"
세실리아의 비명과도 비슷한 목소리에 겨우 몇명이 오히려 당황한 것처럼
그에게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그 조치는 환부를 마법으로 구워 굳힌다는 상상을 초월한 치료법이다.
이 세계에는 아직 외과적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녹여 낸 불길이 그의 발에 닿자 등골이 얼어붙는 것 같은 절규가 계곡에 울렸다.
연달아 몇 차례 세실리아의 입에서 주문이 쏟아져 나온다.
몇초 안에 고함을 질렀던 그의 의식은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단장은 일련의 경과를 어딘가 현실을 벗어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후방의 마술사 3명이 방벽 마법을 발동한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한사람에게는 과분한 3겹의 방어 마법을 그야말로 종이처럼 뚫은 미지의 공격 마법.
그리고 무슨 의도인지 먼저 도움을 청하며, 큰 부상으로 다친 병사에게 수면 마법을 걸며
치료의 아픔을 달랜 소녀.
그녀의 행동에 합리적인 의미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
..전장에서 적병을 걱정을 하는 바보가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아니면 설마 정말 이 소녀는 앳된 이상을 이루겠다는 것인가.
어쨌든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단장은 통감했다.
그러나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분명, 전장에서 적의 병사도 도우려던 그녀와는 전혀 정반대의 작전이지만
단장도 개인적인 이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단장은 이미 세실리아가 백성을 이끌 영주로서는 너무 너무 달콤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달콤한 인간이 거느리는 방법 또한 심하게 달콤한 사람이다.
지독하게 치료 중인 병사들을 바라보는 세실리아에게 단장은 기척도 없이 살며시 다가언다.
그리고 왼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오른손에서 칼을 목에 들이댔다.
이 정도의 마법을 세실리아 혼자 할 수 있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아마 그 보루에는 제어하는 병사가 있다고 본 것이다.
거기에 있는 누군가가 보란 듯이, 단장은 세실리아를 데리고 지뢰밭의 직전까지 걸어가
계곡에 울려 퍼지듯 큰 소리로 불렀다.
"모습을 보여라! 이 녀석이 소중하다면 여기에 걸린 마법을 바로 해제하라 !
우리의 목적은 황국이 도망치듯 흩어지는 것이다,
만약 통과시켜 준다면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단장의 목소리는 바람의 마법에 의해 멀리까지 옮겨 간다.
사이를 두고 그의 목소리에 따라 먼 보루 꼭대기에서 몇명의 기사가 모습을 보였다.
단장은 그것을 눈을 가늘게 뜨고 확인하고는 후방의 마법사에게 신호를 보내
마법으로 시야를 강화시켰다.
그러자 희미하게 보이던 병사의 모습이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바뀌었다.
모습을 보였다는 일은 요구를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역시, 라며 단장은 탄식을 터뜨렸다.
전쟁에 사정을 들은 시점에서 승산은 없고, 지게 되면 죽음밖에 남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요구가 아닌 때에 따라서는 모든 병사와 백성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살해할 생각이었다.
약속을 지키는 일 등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전쟁이라는 것이니까.
그리고 멀리서의 폭음이 울리고 몇 박자 사이를 두고 근처 계곡의 일부가 붕괴했을 때는
그도 다시 경악에 떠는 수밖에 없었다.
― 놈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
마법은 거리에 의해 위력이 감쇠한다.
게다가 이 정도 거리에서 마법을 발동시킨다는 것은 들은 적도 없다.
과거 저승 사자로 불린 배럴조차도 이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법을 사용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보루가 같은 폭음을 노래한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가까운 뒷면의 계곡이 무너졌다.
휘말린 인간은 없었지만 돌아보면 벽에는 방사상의 금이 새겨져 공격의 장렬한 위력을 보였다.
"바보 같은...영주가 어떻게 되도 좋다는 말인가!"
세실리아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왼손이 때어 화사한 오른 팔을 꽉 잡았다.
바이스 같은 힘에 세실리아의 얼굴에 고통이 떠오른다.
그리고 검을 번쩍 치켜들고, 소녀를 내려치기 직전에 그 움직임을 멈췄다.
"공격을 당장 멈춰라!"
그 대답은 다시 폭음.
세실리아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 도발을 멈추지 않도록 강하게 명령했다.
"가능하다면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
당돌하게, 그러나 또박또박 하고 늠름한 목소리로 세실리아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릴을 위해 희생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단장의 얼굴에 처음으로 초조의 빛이 떠올랐다.
눈앞의 소녀는 타인에 대해 엄청나게 달콤하다.
하지만 그 반동처럼 자신에게는 한없이 냉정하다.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마저 마다하지 않을 만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무서운 상대는 없다.
어느덧 단장은 나이도 차지 않은 소녀에게 모종의 우려조차 나타내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쏟아지는 마법 공격은 간격만 긴 것일뿐 위력으로 말하면 지뢰보다 훨씬 높음을
단장도 진작에 알고 있다.
마법으로 막으면서 적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전쟁의 기본.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진 전쟁은 기존의 것과는 모두 다르다.
마법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 속을 돌진해, 자군의 시체를 수북하게 쌓지 않으면 안된다.
단장부터 놓고 보면 이처럼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마법사 보다 기사에 의한 근거리 전투가 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실은 마법도 쓸 수 없는 신참 기사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공격해야 할지, 혹은 목적은 달성된 것으로 보고 선을 그어야 할지를 단장은 주저한다.
그 작은 틈을 세실리아는 놓치지 않는다.
잡혀 있던 단장의 손에 마법을 걸어 그를 털어내고 자유를 얻는다.
"에에잇... 마법사 부대는 땅을 공격해 길을 만들어라. 이유는 모르지만 그 물체가 마법의 기점이다!"
천만의 정보로 부터 단장은 가장 합리적인 지령을 내렸다.
그 현명함에 세실리아는 혀를 내두르지만 그녀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주문을 주창해 마법사들에게 닥치는 대로 로웰에게 사용한 발성을 저해하는 대 마법사용 마법을
난사한다.
12발의 사일런스의 마법에 쓰는 족족 세실리아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큰 마력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의 마법사를 침묵시킬 수 없다.
그러나 갑자기 주문을 외지 못한 마법사는 크게 당황하고 그것에 이끌리듯 혼란의 물결이 퍼진다.
쏟아지는 대포의 탄환은 서서히 정확성을 더해갔다.
마침내 1발이 마법사가 모여있던 일각에 꽂혀 몇명이 사망했다.
그로 인해 혼란의 물결은 광란으로 바뀌었다.
형체 없는 적에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는 공포는 훈련을 거친 병사라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 혼란에 빠진 군대를 다시 제어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 빠지면 다시 공격할 방법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단장은
철수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전멸하는 것은 그들이니까.
"전군 철수, 계곡을 빠져 나간다! 서둘러라!"
단장의 호통 소리를 시작으로 2000군이 경쟁적으로 계곡 안쪽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대장은 그 눈동자를 세실리아로 옮기며 아직 달아나지 않았다.
이시점에서, 세실리아의 첫번째 내기는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누구의 비호 없이 무방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를 적이 베어리는 것 등은 쉽다.
세실리아와 단장의 시선이 교차한다.
세실리아는 이미 단장을 막을 정도의 마법을 쓸 여력은 남지 않았다.
낯선 운동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에 덧붙여 연속적인 마법의 사용이 큰 부하가 되어
어깨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단장이 천천히 세실리아의 앞으로 다가섰다.
황국에 침입할 수는 없었지만, 영주인 소녀를 죽이면 적어도 약간의 언쟁의 원인은 되겠지.
이미 군의 대부분은 철수가 끝나고 있다.
지뢰밭 바로 앞에는 이미 단장과 세실리아 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팔이 세실리아의 머리 위로 올라가 햇빛을 받은 검이 빛을 반사한다.
세실리아는 힘이 들어오지 않는 발로 대지를 딛고 힘껏 뒤로 뛰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것은 세실리아가 앉아 있던 나무 탁자다.
성대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과 함께 뒤쪽으로 회전하듯 나뒹굴며 무거운 테이블 위를 덮듯
꼼짝 못하는 세실리아를 보고 단장은 입가를 올리다.
"끝이다"
쐐기를 박기 위해 한 걸음 내디딘 그 발이 미세한 모래의 감촉을 느꼈다.
그 감촉에 문득 위화감을 느낀다.
이 계곡에 이런 모래가 있을까.
흘끗 주변을 보면 목재 의자와 테이블에 가려지듯 새까만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순간 지금까지의 그의 경험이 육감적으로 위험을 고했다. 더 이상의 추격은 위험하다고.
본능대로 반사적으로 그가 홱 비켜선 순간 눈앞에 맹렬한 불길이 타오르며
시계가 새하얀 연기로 뒤덮었다.
완전히 모습을 잃어버린 것에 입맛이 날아갔다.
연기를 뛰어넘어야 할지 주저하면서도 숨을 쉴때마다 기침을 할 정도의 심한 냄새를 눈치챈다.
동시에 목과 눈의 통증을 느끼며 설마 이것이 독무의 종류인가 의심한다.
"제가 의미 없이 이런 복장을 했다고 생각했습니까? 여기서 문제입니다.
옷 밑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힌트는 주위에 뿌려진 물건, 입니다"
거기에 추격하는 듯한 세실리아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뭔가가 구르는 소리가 울렸다.
단장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젊은 기사의 발을 날려 버린 그 마법이다.
평소라면 그 위력의 마법을 이런 직접 사용하면 자신도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까의 문답으로 세실리아라면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인상이 깊이 박혀 버렸다.
단장은 초조한 듯 손에 있던 검을 힘껏 내던진다.
발등의 안전조차 확보하지 못한데다 독무까지 뿌려진 것으로 보여지는 상태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들리도 없다.
무작정 던진 장검은 간신히 바위에 박히는 듯한 소리만 남기고 침묵했다.
확신했다. 그 소녀에겐 닿지 않았다.
"대장! 빨리요!"
뒤에서 그의 부하가 마지막 남은 단장을 향해 소리쳤다.
포탄이 다시 몇 계곡을 뚫고 바위를 부수며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냥 멈하니 있다간 언제 그 엄청난 마법에 관통당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기를 바라보면서도 결국 부하와 함게 전직을 뒤로 한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연기가 옅어졌을 때, 세실리아는 연기 저편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나무 의자와 테이블 밑에 숨겨 둔 것은 압착하지 않은 점화용 흑색 화약이다.
가볍게 감겨진 화약은 폭발 정도의 속도로 인화하지는 않고 완만한 연소를 해,
맹렬한 흰 연기를 내뿜는다.
뒤는 최대한 남겨둔 마력을 사용해 풍향을 조절하며 상대의 방향으로 흘려 보내면 좋을 뿐이다.
미풍이라도 연기는 흐른다.
이것이 세실리아가 건 2번째 승부수였다. 자신이 생존할 수 있을지.
첫번째 내기가 대화에 끌어들여 불리함을 들춰내는 단순한 것임에 반해, 두번째는 운에 좌우된다.
전군이 세실리아를 향해 마법을 날렸다면 지금쯤 그녀는 재로 변해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실리아가 산 것은 정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 무엇 보다도 큰 증거가 그녀의 발밑에 박힌 칼이다.
드레스 자락을 크게 찢으며 땅을 후비고 있는 그것이 20cm정도 더 들어갔다면 곶감이 된 것은
세실리아였을테니까.
아직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그녀에게 성채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세실리아님!"
로웰은 박힌 칼을 발견하자 마자 비통한 비명을 올린다.
"로웰!? 자, 잠깐 기다려! 아직 마법 도구의 발동이...."
지뢰에 설치된 마법 도구는 사전에 담긴 세실리아의 마력에 의해 아직 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로웰은 세실리아의 품으로 달려와 박혀있던 칼을 빼냈다.
조금 늦게 마법 도구의 실행이 해제된다.
이것으로 모든 지뢰는 그저 쇠 상자에 불과한 것이다.
"상처는 없으신가요?! 팔과 다리가?! 베인 상처가 생겼잖습니까!
빨리 성채에서 치료를 받으셔야겠습니다"
세실리아의 피부에는 근처에 떨어진 포탄에 의해 깨진 바위에 맞아 몇 가닥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허둥대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살짝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세실리아님!?……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날 수 없는 세실리아를 로웰이 안아 올렸다.
무릎과 어깨를 손으로 받치는, 그림책의 왕자님이 잘하는 그것이다.
"자, 잠깐 로웰!"
서두르는 것처럼 세실리아가 날뛰지만 로웰은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버리면 또다시 팔 안의 주인이 어딘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이거 중2병 대사 아닌가요 !? :) 팔안에 잠들어있던 녀석이.. 크크큭 )
문득, 소란을 피우던 세실리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포기한 줄 알고 얼굴을 보니 그 시선은 계곡의 한점에 쏠려 있었다.
뒤쫓게 그쪽을 보면 거기에는 끔찍한 시체가 몇구나 나뒹굴고 있었다.
흩어진 몸은 이제 누구의 것일지도 모를 찢겨진 살점과 엄청난 양의 혈액으로
바위가 악취미 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저는 누군가를 죽인 것이겠죠"
"……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살해당하는 것은 저희였을겁니다.
세실리아님은 우리가 저렇게 되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로웰의 질문은 정말 친절함과 동시에 비겁하기도 했다.
세실리아가 그런 일을 할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옳다고 인정해야 하는 질문을 한 것이니까.
"맞아요"
그것에 대해 세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갖는다는 것은 이런 일이다.
방위력을 높인다는 것은 여차할 때 압도적인 힘으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다.
그런 당연한 것을 세실리아는 어딘가에서 부터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웰의 말처럼 대비하지 않으면 좋은 것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피릴을 지킨다는 것에 세실리아의 공적인 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만만치 않네요."
"세계란 그런 것이니까요"
담담하게 로웰은 대답한다.
적어도 주군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7세의 소녀에게, 혹은 평온한 세계에서 누군가의 죽음조차 언급한 적이 없었던 소년에게
누군가를 죽인다는 일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할 수 없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이 죽는다.
"괜찮아요. 만약 세실리아님이 길을 잘못 선택했을 때에는 저와 시스티아님이
제대로 이끌어 보이겠습니다"
로웰의 팔 속에서, 세실리아는 한번 살짝 웃으며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중에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이어진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로웰의 목소리에 이번에는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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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덕후에 머리좋고 연기까지 수준급.. 주인공버프 쩌는듯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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