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세계에서
작가 : yuki
번역 : 비크비크 :)
잠깐의 휴식
그곳에 퍼져있는 것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관계된 적이 없다는 것.
세계가 하나뿐이라면 상처를 줄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다.
고민도 슬픔도 고통도 전부 없다.
그래서 어둠은 아무것도 없어도 채워져 있었다.
그냥 혼자 이 세계에 앉아있는 사람은 겁에 질린 작은 동물처럼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웅크리고 있다.
아무리 귀를 막아도 들려왔던 사탕발림은 어느덧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 이곳은 매우 따뜻한 곳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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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가 이끄는 함대가 제국의 전 함대를 훌륭하게 섬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왕도는 그 어느 때로 보 다 활기를 보이고 있었다.
이것만은 세실리아를 썩 유쾌하 생각하지 않았던 귀족들도 입을 벌리며 얼굴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황국의 역사에 앞으로도 계속 영웅으로 새겨 나갈 것이다.
질투와 선망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다르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그 일에 아무런 감회도 갖고 있지 않았다.
아니, 품을 수 없다고 해야 할까.
함대에 탑승해 있었던 격이 높은 사관은 왕도에 개선을 완수하자 화려한 퍼레이드를
개최했고 탄생제와 비슷한 분위기가 거리를 덮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부신 그들의 행렬에 세실리아의 모습은 없다.
그녀는 왕성 객실의 화려하고 부드러운 침대에서 조용히 도시의 번잡함을
귀를 통해 듣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로웰과 시스팀 아가 걸 터 앉아 두서없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쾌활한 세실리아의 대답은 없다.
그녀의 늠름함과 확실한 지성을 품고 있던 눈동자는 지금 아무것도 비출 수 없는
공허하고 흐린 색으로 물들어있다.
불과 바람을 이용한 작전을 계획대로 마친 뒤 세실리아는 뼈를 깎는 듯한 비명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병실로 옮겨져 검사를 통해 신체적 이상은 찾지 못했지만,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 못했고 신체 접촉에도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의사도 원인 불명이라 판정.
식사를 입가에 옮기면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에서 생존 본능 만은 살아있는 듯했지만
모든 감정을 상실하고 있었다.
의사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시스티아와 로웰은 세실리아가 이렇게 되어 버린
원인에 짐작 가는 게 있었다.
먼저 요새 방어 때 보여준 죽음을 애도했던 얼굴을 로웰은 잊을 수 없다.
시체가 돼버린 왕국의 잔재는 그 후 세실리아의 배려로 극진하게 묻혔다.
전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한 정신력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물며 이번 묻어버린 적군의 수는 4만에 육박한다.
그 가책이 마음을 갈아 버렸다.
세실리아겐 선택은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그 목소리가 보여준 것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며 신나는 놀이처럼 가볍게 받아넘겨 버리는 것.
그것도 원래 인간에게 제공되는 방어 메커니즘이다.
자신이 너무 현실을 받아 수 없다고 판단한 뇌가 만들어 낸 방어 중 하나.
혹은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봉인해 버리는 선택도 있었다.
그렇지만 세실리아의 이성은 모두 잘못된 판단으로 간주해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거절하는 선택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함대는 섬멸해야 했다.
해상 봉쇄가 이뤄지면 대륙 전역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받는 피해는 몇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쳐들어 온 것은 제국이며, 황국이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의 전쟁에 연루된 병사들 중에는 환희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후회하는 사람은 누구 하나 없었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매우 익숙한 것이다.
귀족끼리의 다툼도 그렇지만 최근까지 전쟁 중이었다니까.
그래서 상대에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걱정은 덜어버린다.
마음의 짐이 줄어들수록 신경 쓸 일 등은 없다.
그렇지만, 세실리아 만은 달랐다.
갓 태어난 아이를 창문이 없는 집에서 키우며 하늘이라는 존재에 대해 가르쳤다고
가정해 보자.
그 아이는 하늘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단어와 의미를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하늘이라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다.
사람이 본 것과 알고 있는 것을 결합하는 것으로 밖에 상상할 수 없으니까.
하늘을 상상하는 데 필요한 것은 "하늘"뿐이다.
하늘을 모르는 인간이 처음으로 하늘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분명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혹은 감동 같은 말로 나타낼 수도 있다.
세실리아에게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세계의 주민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나눌 가치를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낸다.
하지만 본래의 세실리아의 기억은 3세로 그런 가치관은 아직도 성장해 있지 않다.
거기에 유우의 기억이 들어감으로써 본래 생겨날 예정이었던, 사람을 죽이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나눌 가치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우로서 기억 속에 일본의 환경을 바탕으로 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을 뿐,
전혀 방향성이 다른 개념을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
일본에서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문자 또는
화면 너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어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진정한 의미로서 안다는 것,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하늘이 없는 삶과 같다.
모르는 하늘을 본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큰 감동이라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무작위로 망설임도 없이 살해한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감정은 어떤 것인 것일까.
분명 그것은 체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시스티아와 로웰은 세실리아 말이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왕도가 매일 축제처럼 시끄러운 것.
오페라 극장에서 새로운 작품이 공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제 바람이 차가워지고 겨울의 도래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
모두가 세실리아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대답이 없어도 이런저런 화제로 끊임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대로 말을 건다.
때로는 국왕 스스로가 꽃을 지참한 채로 방문한 일조차 있었다.
일개 귀족에 대한 예의로 너무 과대이다.
처음에는 힘없는 세실리아에게 작위를 준 것으로 의회는 세습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노력으로 공적을 세운 귀족보다 부모의 지위가 높았던 것으로 자신의 지위가 확보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부패한 귀족.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굳이 말하지 면 앞의 경우 밖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국왕은 후자를 지원할 결정을 했다.
그 결과 전례가 생긴 것으로 세습파 의원은 거만함으로 노력을 쌓아온
순정적이고 성실한 귀족은 왕과 대립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만큼 큰 공적을 세웠지만
반대로 세습의 억제는 순풍으로 바뀐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라며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 게다가 130의 함대를 고작 어선으로 섬멸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쾌거이다.
살면서 전설로 이름을 올린 세실리아에게 불평을 말할 수 있는 것 등은
더 이상 아무도 없었다.
국왕 자신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귀족의 부패를 바로잡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세실리아에게 지금보다 고위 작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나왔다.
공적을 남긴 것에는 그만한 대가를 주어야 기특하게 노력하고 있는
귀족들의 사기를 꺾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세실리아가 건재하다면 최상위 공작의 칭호를 주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겠다고
국왕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너무 위험이 따른다.
세실리아는 지금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파격적 작위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명확했고,
그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세실리아가 사퇴하면 이 정도의 공적조차 거부하는 거니까 그 정도의 공적은
사퇴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세습 파의 귀족들에게 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공적을 세울 귀족의 작위는 슬프게도 높지 않다.
오히려 낮기 때문에 위를 목표로 한것이다.
그런 그들의 의욕을 엿먹이는 망언때문에 방해되는 것은
국왕으로도 허용하기 어려웠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아직 7살인 그녀의 동반자가 직위를 얻게되면
그 이권은 모두 공유되어 버린다.
정작 본인은 의식이 온전치 않은 지금 그 힘을 독식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세실리아와 자신의 아들을 붙여 어부지리를 노리는 귀족들이
증가했다.
지금 이대로 세실리아에게 작위와 보상이 주어지면 그 열은 더욱 가속화 될것이다.
국왕은 공로자에게 채찍을 치는듯한 모양새는 내고 싶지 않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일부 세습파가 결정을 부채질했다.
회피한다면 세실리아에게 변경백을 맡겼을때 보다도 더 나쁜 상황에 몰릴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선견대를 배치하고 방어의 책임을 국가가 관할하는 것과
관례 상 작위를 주는 그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향후의 과제로 한다며
변명할 수 있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보상 지연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세습 파는 멜로드라마식 풍채에 빠져 이럴것이다.
"이 공적을 어떻게 보상합니까! 국왕은 이 정도의 성과에도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있는 거군요 ...... 불쌍하게, 그들에 대한 보상은 향후 일절 있을 수없는
일이라는 것입니까!"
질병에 의해 요양중이라는 것은 적당한 명분일 뿐이다.
병상이라면 희망을 줘야 한다 든가 적당한 것을 말할 뿐이다.
세실리아의 의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녀가 말을 못 하는 것은 그녀의 마음을 알 길이 없다는 것.
함부로 귀족을 손댈 수 없는 것은 그들 좋은 쪽으로 터무니 없는 허풍을 떨며
결탁하게 만들어서, 그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아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취할 것 같은
귀족들을 짐작해 본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임계점이
언제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너무 적었다.
다른 어떤 방법은 없는 것이 아닐까, 평소 생각해 본적도 없는 문제를
먼저 생각한다면 대책을 짜낼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국왕이 대책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문제 쪽에서 다가왔다. ......
그야말로 폭풍 같은 충격과 함께.
*******
*******
아무것도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몰라서 좋다.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서 좋다.
그냥 이렇게 모두 "없었다" 라며, 몸을 맡기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그렇지만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던 곳에 무언가가 전해져왔다.
- 무서워 -
정보를 받는 것이.
깊은 어둠의 바닥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무언가에 살짝 눌리며
멈칫했다.
마치 기대는듯 허리 너머로 전해져 온 것은 따뜻함이다.
안심하라는듯 내뱉는 숨결은 봄의 양지와 같은
여름에 흔들리는 황혼의 바람처럼
가을에 물드는 숲과 같은
얼어붙은 겨울의 아침에 들어오는 햇빛과 같은
가까이 있는, 뭔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
그것은 체온을 전달 하는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것도 움직임도 없었다.
안겨져 있는 동안 공포는 이상하게 어디 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좋다.
이 어둠 속에서 계속 계속 이렇게 있을수 있다면.
*******
"제국의 선박이 이곳을 향해 접근한다는 간첩의 정보가 있었습니다 ......"
국왕에게 도착한 소식은 다름 아닌, 공포가 출진의 준비를 압도적인 속도로
황국을 향해 떠나기했다는 소식이었다.
제국의 일반 시민 중 꽤 영웅시되는 존재였다.
성격은 어떻고, 수많은 나라를 공격해 멸망시키고, 제국의 이름으로 통일한
존재이다.
민중의 지지가 없을 수가 없다.
그가 떠나기전 제국에서는 축제 같은 소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잠복해있던 간첩에게도 정보가 흘러왔다.
"하지만 왜 이제 와서 ... 그 공포의 함대도 방대하다 말인가?"
국왕의 물음에 정보를 들고온 신하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가 이끄는 함은 전함 급 1척, 이것은 상당한 크기지만 육안 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급인 갈레온의 호위함 2척 등 총 3척인 것입니다 "
제정신의 소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먼저 해전에서 어선에게 막대한 피해가 났지만,
황국에겐 제국을 상대며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30을 넘는 함대에게 단 3척으로 승부를 한다는건 절망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적은 3척뿐이지만 빠르면 1주일 내에 황국에 도착 예정입니다"
국왕은 이번에야말로 신음을 올린다.
함대는 출격에 어떻게해도 준비가 걸릴 것이다.
사전에 전략을 가다듬는 것과 식량 등 물자등을 확보하고
새로 출격할 인력을 확보하려면 1주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군에 전달하라. 경비를 게을리 하지마라. 적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황국도 세실리아 전략의 실패를 고려한 해전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적은 이쪽의 준비에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적어도 적의 전력을 파악하지 않는한 유리할 상황은 보이지 않는데)
첩자가 보고하긴 했지만 고문을받은 결과 거짓 정보를 강요 당해
거짓말 가능성도있을것이다.
사건의 사정을 알게 된 의회와 귀족 해군까지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있는 듯했지만 국왕은 왠지 불안하지 않았다.
세실리아가 있다는 것은 상대할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국왕은 그 배럴의 이상한 외동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런 때에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생각을 바로 머리에서 떠올리자 자책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병상의 작은 소녀에게 자신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것일까 라고.
세실리아의 존재는 이미 왕에서 경의를 표해지는 존재로 성장했다.
그리고 상상하는 것은 자칫 나쁜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은 것이다.
와아 몇년만이냐...
(소설 링크 찾다가 그냥 저장한거 다듬다가 암걸렸네요 ㄱ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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