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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끝의세계에서

끝의 세계에서 - 대포를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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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세계에서
작가 : yuki
번역 : 비크비크 :)



대포를 쏘다

막간 -어딘가 다른 시간, 다른 장소-

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움직일 때가 왔다.

지난번 작전은 저승 사자에 의해 막혔지만…… 그러나 놈은 이제 없다.

예상외의 증원에 쓴맛을 보긴 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우리는 힘을 얻었다!

이 땅의 신들 역시 우리가 구원받길 원하고 있다 !

영광스러운 조국을 위해 잃어버린 땅을 되찾는 것이다.


어둠 속을 근소한 촛불의 불길이 흔들리는 넓은 실내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다.

남자의 열띤 연설에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 어느 정도 광기를 눈동자에 머금으며 동조하듯

들끓고 있었다.

손안에는 작전을 설명하기 위한 종이가 2장.

그 중 한장에는 큰 글씨로 피릴에 대한 침공계획이 씌어 있는 것을 당주인 세실리아는 알 턱이 없다.



"변경백님. 부탁했던 짐들이 도착했습니다"

스승이 원하던 대포의 제조가 끝났다고 세실리아에게 연락이 온 뒤로 7일이 지났다.

짐이 무거운 탓도 있는지 마차에 연결된 말들도 피폐의 색이 번지고 있다.

"감사합니다. 음…… 앞의 보루까지 옮기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게다가 가능하면 성채 안까지, 라는 추가 주문을 세실리아는 죄송하듯 부탁했다.

배송 길드의 사람은 그것을 터무니 없다는 식으로 저렴한 용무라며 응해줬다.

마차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보루까지 나아간다.

여기에서는 인력으로 옮겨야 하지만 무게가 톤에 이르는 포신을 운반하는 것은

세실리아의 근력 증가 마법을 써도 애를 먹었다.

게다가 8번의 왕복.

포신 5개와 포탄 100개다.

입던 흰 러닝 셔츠는 2번째에서 이미 얼룩이 생기고, 8번째에는 전신에서 연소되는 것처럼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것은 좀 색을 칠해 보수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라며 세실리아는 로웰에게 눈짓한뒤 운반된 포신을

확인하기로 했다.

로웰은 알겠습니다 하고 가볍게 끄덕이며 배송 길드의 사람과 마차에 동승해 먼저 집으로 향한다.

성채의 2층 부분에 날라 준 대포는 17파운드.

사용되는 포탄의 지름은 대략 11cm로 대포 중에서도 중급 정도로 분류된다.

동시 발사에 사용하기 위한 도구도 한꺼번에 이미 갖추고 있었다.

성채에 있던 창문을 몇개 떼어 포신을 올려둔 가대에 단단히 고정한다.

흑색 화약을 폭파시킬 때 대포는 반동으로 움직이지만

그것을 얼마나 재빨리 제어하냐의 여부에 따라 다시 장전하는 시간이 대폭 바뀐다.

거기서 설치한 새끼줄을 사용하여 고정하거나 이동시키기도 한다.

바퀴가 달려 있으니, 물건을 운반할때 보다 훨씬 빠르겠지.

광원을 만드는 마법을 포강 내부에 사용하여 들여다봤지만 딱히 왜곡은 보이지 않는다.

최고부 상부에 점화용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실제로 탄알을 장전해 보기로 한다.

지름 11cm로 작게 보이는 탄알이지만 그 무게는 5.3kg.

납으로 만들었다면 7kg은 넘었을 것이다.

어떻게 들어 올리려 비틀거리면서도 장전 완료.

떼굴떼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최심부까지 굴러 들어가면 금속이 접촉하는 중후한 소리가 울린다.

포의 구경과 포탄의 지름에는 딱히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화약의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 시험해 보고 최적의 양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스승의 배려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오면

로웰이 배송 길드의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었다.

"변경백님은 매번 신기한 물건을 운반하죠. 노란 돌이라든지 대량의 목탄이라든가.

이번의 저것은 도대체 무엇인지요?"

그렇게 물어본 것은 배송 길드 중에서도 한층 더 젊은 20대 초반 정도의 청년이다.

그 옆에서 딱딱하다 얼굴을 한 전신 근육에 싸인 40대 정도의 막강한 장년의 남자가

눈치를 주듯 쿡쿡 찌른다.

남의 짐을 탐색하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세실리아는 그것을 딱히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다.

"상관 없어요. 저것은 무기의 일종입니다. 지금의 피릴에는 방어력이 부족하다 못해 없으니까……

새로운 장비를 배치하고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럼 저것은 마법 도구인가 뭔가인가요? 그것도 이 지역에 있는 통신 설비와 똑같이

로웰씨가 만든 겁니까?"
 
"아니요, 그것은 세실리아님의 발안입니다. 저도 아직 자세한건 몰라서"
 
"하긴, 여기에 오는 동안에 황국의 군대를 봤는데 그것도 이 피릴 방위를 위한 일환이었나요?"

국군이 피릴 근처에?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로웰을 흘끗 보지만 저도 모릅니다 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국군을 보는 것 자체는 그다지 드물지 않다.

연습이나 훈련 명목으로 그들이 가끔 원정 나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지에 발을 디딜 경우에는 미리 연락이 오는 것이 보통이다.

영지 내의 사병이 착각해서 소동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아니, 그렇군.

지금 피릴에는 국군이 상주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쪽에 연락이 와있는지도 모른다.

생각도 해 보면 그들은 이미 1년 이상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원의 교체가 있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휴식을 마친 배송 길드의 사람들이 마차에 올라 이시타르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뒤

노티아에 설치된 농촌 기사단으로 향했다.

만들어 준 포의 시험 운용을 부탁하기 위함이다.

세실리아는 국군의 사람에게 부탁할까도 생각도 했지만 그들은 그들 일이 있으니

무리하게 부탁하기가 부담이 됐다.

그리고 노티아의 농촌 기사단에 근무하는 그들이다.

계속 이 땅에 있어 줄 그들이 먼저 익숙해져 있는것이 좋겠다고 판단한다.

농촌 기사단의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순찰과 마을 사람의 인력이 부족한 때의 응원, 말의 관리 정도일까.

이전에는 수확철이라 초소에 가도 아무도 없는 날이 즐비했지만,

콤바인이 보급되고 부터는 시간을 주체 못 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가끔은 자주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문을 지나자 접수처와 의자가 작게 준비되어 있었고, 그 안쪽에는 단원들을 위한 숙박 시설이

이어져 있었다.

접수 구역에는 졸린 얼굴을 한 풋내기 기사가 한명만 있을 뿐이었다.

"세실리아님. 오늘 무슨 일이시죠? 쇼핑의 경호라면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무도 안 오는 초소에 오는 것보단 귀여운 소녀와 쇼핑하러 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확실히 최근의 초소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그렇다고 기사는 접수처에서 푹 잘 수도, 놀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말의 관리보다 재미 없다며 접수 역할은 젊은 기사에게 강요되기 일쑤였다.

"오늘은 예외입니다. 지금 초소에 짬이 나는 기사는 얼마나 되나요?"
 
"네, 저어…… 10명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불한당이라도 발생한 겁니까?"

갑자기 긴장한 목소리로 묻지만 이 변방에 그런 것이 거의 없을것이다.

하물며 국군이 체류하고 있는 노티아에 나타난다는 것은 상당한 죽음을 각오해야 될 정도이다.
 
"다릅니다. 새 무기를 시험해 줬으면 합니다만"
 
"무기입니까?"

석연치 않은 기사에게 사정은 현지에서 말했다고 설명한 뒤 세실리아는 남아 있었던 사람들을

불러 달라고 했다.

인원은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14명 정도 남아 있었다.

접수처에 '지금 외출 중' 이라는 팻말을 걸고 절반을 보루에 돌려보낸 뒤 절반을 화약고에 데리고 갔다.

지난번 이시타르에서 제약 길드 사람 9명 정도를 고용한 뒤 지금도 화약의 조합을 부탁한 상태다.

각각 3명씩 3개의 다른 공방에서 사람을 빌려 작업 내용을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공정을 구분하여 작업을 단순화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두번째는 정보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서 였다.

그들은 다른 공방의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업무 내용의 은닉도 계약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신용을 뼈대로 하는 길드라는 틀은 계약 위반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게 상례니까 믿을 수 있다.

화약 기술은 독점권을 취하지 않았다.

강력한 힘이 나도는 건 오히려 이 땅은 물론 세계 자체를 위태롭게 할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화약 창고는 습기가 어리지 않도록 특수한 마법 도구가 작동하고 있다.

이 또한 로웰의 태양광 마력으로 가동시키고 있었다.

하는 일은 공기를 건조한다는 사소한 일이지만 마법사가 없어도 자동으로 발동한다는 것은

정말 편리하다.

그 안에서 개별적으로 완성된 소량의 흑색 화약을 꺼내 데리고 온 기사들에게 들게했다.

10포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화약이 들어 있는 자루보다 두 사람 정도로 작은,

아무것도 들지 않은 약봉지도 30개 정도 집았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막 생각 난 듯 방구석에서 시험관에 넣어 방치해뒀던 화약도

10병 쯤 손에 집었다.



성채에 도착하면 먼저 있던 기사의 사람들과 분담하고 2층까지 운반.

그러자 기사들은 낯선 대포가 놓여있는 것에 깜짝 놀란 것 같다.
 
"이것이 신조한 무기입니까? 신기한 모양이에요"

기사들에게는 무기라고 하면 검이나 활이다.

적어도 원통형의 금속 무기 등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지금부터 이것의 사용법을 가르쳐 드릴테니 잘 들어 주세요.

그리고…… 이 무기는 아버님이 쓰던 복합 마법과 같은 기술이 사용됩니다.

그래서 취급에는 절대로 조심해 주셔야 합니다.

아버님의 마법의 위력을 알고 계시죠? 만약 잘못 사용하다 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보루까지 날아갈꺼에요"

세실리아의 말에 포대를 흥미로운 듯 만져보던 몇몇의 기사들이 당황한 것처럼 홱 물러산디.

배럴이 사용한 마법의 일부를 이용했다는걸 들으면 누구라도 두려워할 것이다.
 
"그래도 위력은 꽤 쌔니까, 만약의 방위때에는 든든한 무기가 될 거에요"

물러선 기사들에게 세실리아는 안심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우선 준비를 진행한다.

대포는 미리 만들어 놓은 가대에 실려 있지만, 고정을 한 것은 세실리아 직접 한 첫번째 뿐이다.

14명을 7명에게 분담시켜 지휘를 하면서 대포를 설치대에 고정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한다.

처음에는 혼란해 했지만 기사들은 농촌 기사단이다.

멋으로 농가 보조를 계속한건 아니라서, 그 솜씨는 훌륭했다.

그것이 완료되면 대포를 이동하기 위해 쓰이는 새끼줄 준비에 들어간다.

전방에 설치된 굵은 밧줄을 보루의 벽에 비치된 고리에 꿰어 대포의 뒤쪽까지 늘린다.

반동으로 포문이 밀려날때 잡는 용도와 밀려나도 과도하게 밀리지 않게 막는데도 쓰이는

이동용의 노끈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반동으로 미끄러져 온 대포에 발을 밟히는 거니까 제대로 확인한다.

그것이 끝나자 다음은 포강의 확인.

이건 하나하나 꼼꼼히, 구조에 가장 밝은 세실리아가 체크해 나갔다.

포탄을 장전해 보고 걸리지 않는지도 확인한다.

응, 괜찮아.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자 그녀의 얼굴에 활짝 꽃이 핀다.

"그러면, 우선은 사용법을 설명할게요"

그녀의 목소리에 드디어, 하고 기사들 사이에 초비상이 걸렸다.

누구라도 강력한 힘은 동경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배럴의 복합 마법의 일종으라면 흥미가 없을 수 없었다.

이 대포는 전장식의 단순한 구조이다.

전장식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포 앞에서 화약이나 총알을 장전해 발사하는 대포이다.

분장식이라는 것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어렵고 사고도 일어나기 쉬우므로 배재해 버렸다.

유명한 것은 암스트롱 포가 있다.

"무엇보다 처음에 할 일은 화구의 봉쇄. 위험하니까 쓸 때 이외는 늘 막아 두세요"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포의 최후부에 뚫린 구멍을 마른 천을 사용해 막았다.

들고오게 한 화약자루는 구석에 정리해이 구멍은 끝에 화약을 점화할 때 사용한다.

만일에도 장전 작업 중에 불이 들어가지 않도록 늘 막아 놓는 것이다.

"다음은 이 가루. 화약이라 불리는데 이걸 자루 속에 넣어서"

가지고 오게 한 화약자루는 구석에 정리해 놓고, 화약을 격리하듯 젖은 큰 수건을 늘어뜨렷다.

만일 폭발이 일어나도 절대로 인화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물량이 폭발한다면 목조로 지어진 2층 구조의 보루는 깨끗하게 산산 조각날 것이다.

거기서 작은 비커를 사용해 따로 가져온 화약을 자그마한 화약자루에 넣고 강하게 봉했다.

일단 3개를 만들어서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양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

"다음에 이 삭장을 사용해 화약이 담긴 자루를 포강에 넣어 잘 다져주세요"

포의 뒤로 돌아가 벽면에 기대여 있는 4개의 막대기 중 1개를 손에 잡는다.

끝부분에는 자루보다 훨씬 큰 둥근 물건이 붙어 있어 화약자루를 다지게 되어 있다.

삭장, 혹은 나무꽂을대로 불리는 화약 장전 도구이다.

삭장을 신중히 포강 안에 제대로 밀어넣고 강한 힘으로 누르며 다진다.

"그것이 끝나면 촉매제라 불리는 이 점토를 화약의 위에 뚜껑을 덮는 느낌으로"
(おくり : 문자 그대로 보내다 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촉매제,발화제,패치 등의 의미로 불립니다 ;ㅅ ; )

소량의 점토를 손에 들고 납작하게 만든 뒤 충전된 화약에 뚜껑을 덮듯 다시 누르고 굳힌다.

틈새를 부드럽게 막아 화약의 폭발력을 최대한 탄에 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좀 도와 주세요. 이 포탄을 포강 속에 넣습니다"

들기에는 너무 무거운 그것을 근처에 있던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그대로 굴리듯 장전한다.
 
"그러면 또 이 오쿠리를 담습니다"

아까처럼 점토를 탄알 위에 가볍게 덮는다.

너무 강하게 밀봉해 버리면 걸려 버려서 정말 가볍게 덮을 정도가 적당하다.

"준비가 되면 이 긴 송곳을 사용해 화구에서 화약자루에 구멍을 뚫습니다"

긴 송곳은 포탄용이다. 그 굵기는 1cm가까이 된다.

이것으로 자루를 뚫어 화약을 노출시킴으로써 화구에 쏟아 부은 흑색 화약을 인화시키기 쉽게 한다.

가장 사양하고 싶은 것은 폭발하지 않고 멈춰 버린 경우다.
 
"마지막으로 점화약이라 불리는 이걸…… 방금 넣은 화약과 다르게 만든 화약을 구멍에 넣어요"

그렇게 꺼낸 것은 시험관에 들어있던 다른 흑색 화약이다.

이것은 압착한 적이 없어서 도화선용으로 완만하게 타들어간다.

마개를 열고 화구의 구멍에 시험관을 기울여 절반가량을 흘려보내면 구멍 밖으로 흑색 화약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완료다.
 
"줄을 잡아당기세요! 포를 앞으로 끌어내어 포격합니다!"

아까보다 긴장감을 담은 세실리아의 목소리에 당황하며 기사 4명이 2개의 밧줄로 매달린 줄을

힘껏 당긴다.

그러자 포대는 천천히 전진하며 포신이 창밖으로 안착된다.

"큰 소리가 나니 귀을 막아주세요 ! 새끼줄은 뒤의 기둥에 살포해 주세요!"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배후에 있던 또 하나의 삐뚤어진 Y자형으로 되어 있는 막대를

손에 집었다.

돌기에 밧줄을 묶고 마법으로 불을 붙였다.

빨간색으로 타들어가는 새끼줄은 살며시 구멍 안으로 타들어간다.

순간 대기와 보루가 떨렸다.

포가 낸 폭음에 몇명의 기사가 놀라 엉덩방아를 찧는다.

지척에서 이 정도의 폭음을 들을일은 그들애겐 없었을 것이다.

포격의 반동으로 밀려난 포에 의해 끈은 초긴장 상태, 배후의 기둥과 받침목이 삐걱거리며 싫은 소리를

울렸다.

동시에 뿌려진 흰 연기로 창밖의 시계가 제로 상태이다.

흑색 화약은 유연탄 화약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폭발하면 하얀 연기를 뿌린다.

적에게 위치가 발각되버려서 전략적으로 편리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보루 안이라면 문제는 없다.

"이 연기는 별로 몸에 좋지 않아서…… 가능한 한 마시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안에서 발사된 포탄의 굉음이 한박자 늦게 울렸다.

그러나 이번엔 보루 밖에서다.

흰 연기를 마법으로 없애고 보니 끝없이 이어진 계곡의 일부가 아까보다 크게 모습을 바꾸었다.

낮은 위치에서 비스듬하게 쏜 포탄은 계곡의 벼랑으로 찌르듯 일부를 크게 붕괴시켰고,

총알은 뚫고 바위에 수많은 균열을 만들었다.

압도적이라는 것에 가깝다.

이 정도의 파괴를 가져오려면 도대체 몇명이서 마법을 쓸 필요가 있을까?

뒤늦게 밖을 본 기사들이 아까까지와는 다른 절벽의 일부를 보고는 입을 벌린다.
 
"이것이…… 배럴님의 복합 마법……"

기사들이 품은 감정은 유일하게 "있을 수 없다" 이다.

마법은 분명히 만능이지만 대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폭발하는 마법을 확인하고 피하기도, 혹은 마법 자체에 칼을 맞춰 무리하게 쳐내는 일도 못할건 없다.

하지만 이 마법만은 무리다.

어떤 수단을 사용한들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쳐내는 것도 어렵다.

하물며 피한다는 것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기사들 뒤에서 세실리아는 냉정하게 상황을 해석했다.

― 아버님의 복합 마법은 사실, 이것보다 훨씬 강력해 ―

목소리는 내지 않고 반추한다.

복합 마법의 연구도 마법서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세실리아에는 그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배럴의 복합 마법을 재현하려면 바람에 의한 구체의 생성, 그 내부에 바다의 요소를 가진 물,

즉 짠물의 생성, 전기 분해를 위한 강력한 뇌격 마법의 사용.

이 3가지를 동시에 발동하여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하나라면 세실리아도 충분히 제어할 것이다.

하지만 1개만으로는 전혀 부족한 것이다.

소금물의 전기 분해에 의해 발생한 엄청난 수소는 바람의 결계에 따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봉쇄된다.

분해가 된 뒤에 바람의 결계를 해제하면 발생한 엄청난 수소는 주위로 단번에 확산되면서

저 출력의 불 속성 마법에 의해 인화 대폭발을 일으킨다.

로웰은 세실리아를 배럴 이상의 제어 능력의 소유자라고 했는데, 그것은 상상의 보정에 의해서

세세한 응용을 거의 제한 없이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원자나 분자 같은 세계를 구축하는 최소 단위에 관한 지식이 생전의 기억만큼 풍부하고

무엇이 가능하며 무엇이 못하는지, 무엇과 무엇을 합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남보다 약간 밝은 뿐이다.

이런 복수의 마법을 동시에 제어한다는 아슬아슬한 재주를, 그야말로 복잡한 계산을

3개를 동시에 연산하는 작업은 어린 세실리아가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아니, 배럴이 규격 외의 천재였다.

세실리아가 따라잡기에는 너무 먼 목표이다.

그녀가 과학에 의존하는, 채울 수도 없는 재능의 차이가 나타난다.
 
"위력은 보면 이와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대포의 취급에 익숙해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도, 하지만 이 힘은 처리를 잘못하면 자신을 망칩니다.

절대로 절차만은 지켜 주세요"

세실리아의 말에 기사들은 몇번이나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럼 다음에 재충전 재장전의 방법을 설명합니다."

대포는 쏜 뒤에 청소를 하지 않으면 폭발할 위험성이 있다.

총알을 장전할 때 보다 쏜 다음의 청소가 훨씬 중요성이 높다.
 
"기둥에 살포한 새끼를 풀어, 뒤에 붙어 있는 줄을 당겨 포를 보루 속에 격납합니다"

방금 전과 같이 몇몇 기사가 움직여 포를 보루 속에 격납한다.

포신이 보루 밖으로 내밀고 있어서는 청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포 안을 청소합니다. 아까보다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실패시,

생명에 관련된 것이니 절대 생략하지 마세요"

방긋 웃는 세실리아의 미소에 몇몇의 기사는 볼을 경직시켰다.

벽에 기대어 있던 3번째 막대를 꺼낸다.

이는 나선형 막대기로 불리는 2개의 굵은 철사가 나선을 만들듯 비틀린 청소용 막대기이다.

포강에 이를 끼워 달라붙은 ?의 점토와 덩어리로 남은 화약을 긁어낸다
 
"마지막으로 이 스펀지를 사용해서 청소합니다"

스펀지는 솜을 압축해 만든 천을 막대기의 끝에 여러겹 두른 마치 초거대 면봉이다.

굵기는 포문과 같은 크기로 조절되어 있다.

이를 물이 담긴 양동이 속에 처박고 포강 안에 밀어넣어, 긁으며 찌꺼기를 깨끗이 닦아낸다.

덧붙여서 포격 직후에는 포강 안이 꽤나 뜨거워져 미세한 수분은 바로 증발하는데,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배에서 사용되는 방수포라 불리는 특수 가공한 것을 쓰고 있어서

내부가 다소 습한 정도라면 문제 없이 포격할 수 있다.

"그리고는 아까의 화약자루로 장전할때와 같은 순서를 밟습니다.……글쎄요, 이번 것은 사출 위력이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 화약의 양을 3컵에서 3.5컵으로 늘립시다.

그럼 처음에 누구부터 할까요?"

후에 장난처럼 웃는 세실리아에 기사들은 약간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한 사람, 또 한 사람 포대에 다가가 처음의 순서대로 발사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포가 연달아 3번 불을 뿜었다.

엄청난 힘의 본류가 세번 계곡을 때려 취약해진 바위를 도려내고 방사선형 금을 만든다.

그 소리에 선발대의 병사 중 몇명이 당황한 모습으로 몰려왔다.

"세실리아님! 이건 무슨 일입니까…… 큭!?"

밖을 보던 그녀의 근처로 달려온다.

대장은 거기서 밖의 경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 뭐야 이건 무엇이 어떻게 된거지? ―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말로는 형언할 수 없었다.

과거 선발대로 성채를 처음 봤을 때 눈앞에 벌어졌던 구멍 투성이의 대지를 보았을 때와

같은 감정이다.

뒤에서 쫓아온 그의 부하도 창밖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대장과 마찬가지로 밖을 바라보다

옆의 그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저것은 대체……"

그가 의문을 품고 깨닫기까지, 30초는 더 필요했다.
 
"복합 마법을 사용한 무기 실험입니다. 무기, 그리고 특별한 약품과 탄을 사용합니다만,

누구도, 그야말로 마력이 없는 일반인도 쓰실 수 있습니다"

세실리아의 말을 하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모습으로 듣고 있었다.

다시 굉음이 울렸다.

흰 연기가 포에서 뿜어져 나오고 몇초 뒤에 멀리서 들리는 붕괴 소리.

보기 좋게 튀어나온 암벽의 대부분이 헐어 떨어지고 떨어진 잔해 부근에서

모래 먼지가 뿌옇게 끼어 있지만

대장은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진 불합리한 파괴가 환상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강하다.

검사의 팔에 더해 마술사로서의 높은 소질도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마력은 마법으로 상쇄해 자신을 마법을 사용해 강화하고 상대의 발을 방해했다.

전장에서 가장 효율 좋은 마법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혼자 수십명의 적병과 서로 싸워 상처 없이

살아 남은 정도다.

어떤 마법으로도 어떤 작전에서도 자신이라면 반드시 타개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래 왔다.

그 유일한 예외가 배럴이다.

지금까지의 생애 단 한 사람, 그에 대한 타개책만은 어쩔 수 없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천재이며 특별하다.

1년, 아니 만년에 한번의 천재라서 어쩔 수 없는"천재" 라고 생각해 왔다.

그게어쨋다는거야.

이 눈앞의 광경에, 파괴력에 그는 도저히 타개책을 찾지 못한 것이다.

― 더 볼것도 없이, 무엇보다 이곳과 무기의 사거리가 너무 달라 ―

17파운드 대포의 비거리는 가볍게 5-6km를 넘는다.

반면 마법의 사거리는 마법사에게도 기인하지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1km이다.

이 차이가 너무 컸다.

게다가 그것을 마력이 없어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아가씨가 만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라고 말해도 설계 뿐, 실제로 만들어 준 것은 이시타르의 공방의 스승씨지만요"

세실리아의 말에 대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랬다.

배럴 같은"천재" 가 그 정도에서 끝날 리가 없지 않은가.

그에게서 태어난 딸 또한 천재인 동시에 그 이상의 "천재" 로 불릴지도 모른다.
 
"아직 양산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로써 이 보루도 조금은 지키기 쉬워 질거라 생각합니다"
 
"하하, 아가씨가 변경백을 계승하겠다고 해서 걱정도 했지만 괜한 걱정이었군.

전혀, 어린이라는 것은 어느 시대에도 믿어지지 않는 일을 다 하는 것이었구만…….

하지만 아직 양산되지 않았단걸 듣고 조금 안심했어. 우리의 일자리가 사라져 버릴 거 같았거든"

대장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세실리아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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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냥 의역 !!!!!!!! 대포는 언제 끝나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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